[우리동네 으뜸 의사] 박재율 중앙이비인후과 원장


"급한 환자 바로 파악할 수 있게 진료실 문 없앴죠"


박재율 원장=1960년 경북 청도 출생. 모계중'달성고'경북대 의과대 졸업. 이비인후과 전문의. 중앙이비인후과 원장. 전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및 주임교수.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의과대 연수.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외래교수박재율 원장=1960년 경북 청도 출생. 모계중'달성고'경북대 의과대 졸업. 이비인후과 전문의. 중앙이비인후과 원장. 전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및 주임교수.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의과대 연수.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외래교수

학생 가르치기보다 환자 진료 체질

교수 생활 10년 만에 그만두고 개원

"의사는 고정관념 버리고 고민해야"

PMR'피타 등 새로운 수술법 도입

흐린 봄 날씨에도 병원 안은 포근한 빛으로 환했다. 투명 유리벽을 통과한 햇빛은 대기실을 가득 채웠다.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여느 병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테라스로 나가는 휴게실 벽에는 자전거가 걸려 있었다. 박재율(57) 중앙이비인후과 원장이 매일 타고 출퇴근하는 자전거다. 병원 안에는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의 '아과스 데 마르코'(Aguas de marco)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박 원장의 진료실에는 문이 없었다. 입구 근처에서 서성거리다가 어지럼증 환자를 진료 중이던 박 원장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반가운 얼굴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는 원래 답답한 걸 싫어해요. 진료실이 열려 있으면 급하게 들어오는 응급환자는 없는지,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들은 없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어요. 진료를 받고 나가던 환자가 이상 증상을 보이면 바로 대처할 수 있죠. 환자들의 불만만 없다면 이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꾀부리지 않는 몸짱 의사

박 원장은 58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이다. 숨겨진 몸짱이기도 하다. 7년 전부터 꾸준히 헬스클럽을 다녔고,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덕분이다. "제 몸이 자꾸 처지고 배가 나오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뭔가를 해야 한다 싶었죠. 아내의 권유 덕에 7년 넘게 헬스를 하고 있는데 정말 만족해요. 자존감이 정말 높아졌어요. 남들 몰래 화보도 찍었는데, 보여드릴까요? 하하."

그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수술을 하고, 오후 6시까지 외래 진료를 한다. 개원하고 17년 동안 전국 단위의 학술회의 참석도 빼놓지 않고 있다. 꾀부리지 않는 삶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컸다. 그의 선친은 의사이자 교육자였다. 소학교만 나온 아버지는 검정고시로 경성제대에 들어갔고, 고향에서 개원을 했다. 그리고 1957년 도산 직전이던 청도중'고등학교를 인수해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범어네거리부터 수성못까지 이어지는 들판을 다 사려고 계약까지 했는데 파기하고 학교를 인수했대요. 그걸 샀으면 엄청난 재벌이 됐겠죠. 하하."

그는 특이하게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험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의과대 시절에도 재시험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고, 운전면허시험이나 재미 삼아 쳤던 일본어능력시험 1급도 한 번에 합격했어요. 군의관 시절에도 특전사 레펠 강하 훈련을 네 번 다 한 번에 붙었고요."

승승장구는 계속됐다. 서른한 살에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됐고, 서른셋에 전국 최연소 정교수가 됐다. 교수 시절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성중이염 수술에 귀 뒷부분을 절제하지 않고 귓구멍에 수술 도구를 넣는 미세수술법을 개발했다. 그는 미래가 보장된 대학교수를 10년 만에 그만두고 지난 1991년 개원의가 됐다. "제 적성이 대학교수보다는 개원의가 체질에 맞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논문 쓰고 학생 가르치는 것보다 진료가 좋더라고요." 그가 아버지의 말을 어겼던 유일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수술 도전하면 가슴이 두근두근해

박 원장은 "항상 새로운 수술법을 고민하고 받아들이길 주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회를 가보면 제가 알던 지식이 '팩트'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요. 이미 지나간 지식이죠. 학회에서도 잘 모르는 건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주저 없이 물어보거나 수술을 참관합니다. 궁금한 것을 묻는 걸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죠."

그는 개원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수술법들을 먼저 시도했다. 지난해부터 그가 시작한 편도'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인 피타(PITA) 수술이 대표적이다. 편도를 완전히 제거하는 기존 수술법은 통증이 심하지만 미세절삭흡입기로 편도 조직만 갈아 없애는 이 수술법은 자극과 통증이 적다. 코골이 수술도 레이저로 목젖을 잘라내는 방식 대신, 목젖 위쪽의 연구개 점막과 일부 근육만 제거하는 '구개근절제술'(PMR)을 한다. 목 안의 가습기 역할을 하는 목젖을 그대로 살리기 때문에 수술 후 부작용이 적다. 그는 "수술받은 환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나갈 때 느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비할 데가 없다"고 했다.

수술법을 익히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관련 논문을 읽고 저술자에게 연락해 논문에는 없는 수술 방법을 배운다. 유튜브에 올라온 수술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잘라낸 편도를 벽에 걸어놓고 절삭기로 갈아내는 연습도 마다하지 않는다. "의사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새로운 수술법이 나와도 익숙하고 편한 방법을 고집하거든요. 하지만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고통을 덜 주면서도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 그는 귀 질환을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얼마 전 학회에서 내시경 수술을 접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이렇게 새롭게 도전할 거리가 생기면 가슴이 뛰고 기분이 좋아요."

그는 지금의 병원을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으로 키워갈 생각이다. 또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석초장학재단을 만들고 모교에 장학금 지원 사업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 "남들보다 달린다 싶으면 손에서 수술을 놔야죠. 그래도 저를 찾는 환자가 있는 한 진료는 계속 할 겁니다."

사진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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